애들아! 공터에서 같이 밥 먹자!
한 달에 한 번 마을에서 여는 ‘어릔이식당 작은숲’
조재희 나눔과이음 대표
지난 1월 22일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공터, 센터장 이승훈)에서는 책 향기보다 더 고소한 불고기덮밥 내음이 음악과 함께 사람들을 맞이했다.
도서관일촌 엄마들이 일찍부터 모여 밥 짓고, 고기 볶아 청소년문화공간 ‘폴짝’‘꿈틀’에 상을 차렸다. 후식으로 시원한 주스도 마련했다. 마디상회 공예작가들은 복조리와 복주머니로 식당으로 꾸며 아이들을 환대했다. 도서관 식당 분위기에 맞게 도서관의 책에서 뽑은 문구로 새해덕담 응원쪽지를 만들어 선물했다.
포스터와 웹자보, 마을공동체 톡방 등에서 홍보해 사전신청을 받아서 12시부터 30분 단위로 나누어 2시까지 밥집이 문을 열었다. 남양주에서 온 청년, 서울여대 학생 봉사자, 학창시절 공터에 자주 왔던 젊은 청년을 비롯해 엄마가 가보라고 해서 온 초등학생까지 1일 테이블매니저가 되어 자원봉사 활동도 펼쳤다.
이날은 ‘어릔이식당-작은숲’시범운영 세 번째이다. 선착순 60명을 접수한다. 동네에서 누구나 올 수 있는데, 신청 없이 현장에서도 참여하니까 매번 100명 정도가 같이 밥을 먹는다.
‘어릔이식당 작은숲’은 전통장 담기 사업과 저탄소 식단을 개발하는 나눔과이음(대표 조재희)이 지난해 11월 첫 문을 열었고, 12월에는 한살림생협이 이어받았다. 세 번째인 이날 식당은 화랑도서관 자원봉사자 모임인 ‘도서관일촌’이 운영했다. 2월에는 동산교회(담임목사 정경수)가 맡아 19일 열기로 했다. 운영단체와 주관단체는 매달 선정하지만 장소는 ‘공터’로 고정해 놓았다.
어릔이식당은 참여하는 단체에서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얼마나 참여하는지, 어떤 식으로 할지 알아보면서 3월부터는 공공상생연대기금의 공모사업 자금을 지원받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어릔이식당을 준비해온 나눔과이음 조재희 대표는 “공터에는 주방시설이 없으니까 대량으로 밥하는 게 제일 힘들다. 하지만 어릔이식당은 공간의 개념이 아니고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이걸 보고 다른 동네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밥도 중요하지만 어린이, 청소년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어릔이식당’이 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재희 대표는 14년 상원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아 급식모니터링을 하면서 식생활교육을 받았다. 같이 활동하면서 만난 엄마들과 ‘촌장협동조합’을 만들어 17년부터 간장, 된장, 고추장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22년에는 얼떨결에 인덕대학교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게 되어 지금은 전통장에 김치까지 담으며, 노원50+센터(☎02-930-5060)에서 ‘사계절 장담그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월 21일에는 중랑천환경센터(☎02- 938-9520)에서 ‘강바람 햇살 담은 장 만들기’를 연다.
“엄마니까 당연히 아이들의 밥상에 관심을 가졌다. 학교급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했다. 음식 하는 거 좋아하니까, 노원의 어릔이들을 다 모아서 같이 먹는 밥을 하고 싶었다. 공터 이승훈 관장의 제안으로 구체화되었다. 일본의 어린이식당 워크숍도 참가했는데, ‘장소에 상관없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엄마를 세상에 나오게 한 아들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조재희 대표는 “처음 마을활동을 시작할 때는 맨땅에 헤딩했는데, 노원이라는 마을공동체가 무언가 할 수 있도록 용기도 주고, 힘도 주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 누군가에게 밥을 주는 것이 내게 더 에너지가 된다. 사회활동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2월 운영을 맡기로 한 동산교회 정경수 담임목사도 양지연 사모와 함께 이날 진행 과정을 살펴보며 일손을 도왔다. “예수님은 아이들을 특별히 사랑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끼 대접할 기회여서 동산교회가 맡기로 했다. 그동안 마을에서 주민들과 여러 행사도 함께해서 공동체가 편하다. 교회에서도 주일마다 식당을 운영하니까 할만하다. 정성스럽게 준비하겠다.”
이승훈 센터장은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다 모여 식당을 연다. 식재료를 후원하기도 하고, 자원봉사자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공공에서 제공하는 복지 개념이 아니라 마을에서 차려 나눠 먹는 식당이다. 그래서 서적협동조합, 미래산업고, 소상공인회에서 함께 하려고 한다. 공릉동 춘보만두에서도 해보려고 협의 중이다. 공릉동에서 하는 걸 보고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