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의 천수텃밭이 생태공간으로
빗물 가둔 작은 연못에 16종 수서곤충 채집
내년에는 더 큰 생태계 만들 논 조성 (사진)
불암산 자락, 대대로 맛 좋은 먹골배를 수확하던 과수원 한켠이 도시민들의 경작본능을 달래는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도시농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이곳 천수농원, 천수텃밭이 이제는 기후환경위기 극복과 생태복원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대표 이은수)는 불암산 산불을 계기로 계곡에 웅덩이를 만들어 빗물을 가두어 산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생태계가 순환되도록 하는 ‘하늘물’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못도 두 곳을 만들었다.
최근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생태조사를 실시했는데 붕어와 미꾸라지를 제외하고 16종의 수생곤충을 만날 수 있었다.
수정또아리물달팽이와 논우렁이는 지난봄에 도봉산 밑에서 가져다 넣은 것인데, 여태까지 잘살고 있었다. 애기물달팽이는 지역에서 유입되어 살고 있다.
왕잠자리, 밀잠자리, 북방아시아실잠자리, 고추좀잠자리 애벌레가 발견됐다. 성충이 날아다니다가 연못에 알을 낳아 애벌레로 살다가 봄에 우화하는데, 이번에 2년생도 발견됐다. 그만큼 서식환경이 안정되었다는 신호로 파악된다. 이 밖에 애기물방개, 연못하루살이, 송장헤엄치게, 호르바드깨알소금쟁이, 한국얼룩날개모기, 물자라, 방울벌레, 깔따구 등이 발견됐다.
생태조사에 나선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방미숙 자문위원은 “왕잠자리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 500마리, 하루살이 800마리를 먹어치운다. 포식자가 있다는 것은 먹이사슬 하위가 충실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물이 차가워지는 늦은 시기라 작은 물벌레들은 알 상태로 있을 것이다. 연못에 사는 생명들이 더 많았을 텐데, 내년 6~7월 다시 조사해 보면 연못이 얼마나 생태적으로 활발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은 해충을 잡느라고 진딧물을 없애기 바쁘다. 진딧물은 무당벌레의 먹이이다. 해충의 천적은 습지에서 산다.
2000년대 초부터 생태활동을 해온 방미숙 위원은 “노원의 마들평야는 옛날부터 80섬의 볍씨를 뿌리던 논이었다. 마을농요를 전수하며 논을 복원하는 것은 의미 있다.”며 “논은 농사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생물들의 고향이 된다. 벼가 크고 있으니까 수서곤충이 숨어 있을 장소가 된다. 천수텃밭의 연못도 논이라면 생태계가 좋아질 것이다.”고 추천했다.
이은수 대표는 “몇 년 전에 만든 연못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생태조사를 진행했다. 수변환경이 자연에 꼭 필요함을 느끼는 활동이었다. 연못 하나 판다고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연못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