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1동 100년 고택, 향토문화재 되나?
향토문화재 지정 조례는 있으나 대상 없어
혜경궁 홍씨가 놀던 별장‘우우당’6년 전 철거
상계1동 수락산디자인거리 수락행복발전소 뒤편(상계동 1122-2)에는 100년이 넘는 고택이 있다. 167평 대지 위에 20평 규모의 팔작지붕 6칸짜리 ㄱ자 한옥(20평)이다. 누마루를 연상케 하는 높은 마루와 우물마루, 문살이 인상적이다. 돌담 밖에는 잿간과 텃밭이 있다.
텃밭을 일구던 집주인 박순남씨는 1년 4개월 전 작고하여 현재 자손 여럿이 물려받은 상태이다. 집을 돌보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불편한 고택살이를 하는 아들 박영천 화가는 “아버지가 건물 등기를 하지 않으셔서 건물은 무허가주택대장에 있다. 원래 공주를 모시던 상궁이 살던 집이었는데, 번동에서 현 조흥한신아파트 내 은행나무 옆으로 옮겼다가 다시 현재의 자리로 옮겨온 것이라고 들었다. 기와는 30년 전쯤 새로 올렸다. 대지는 서재필 집안 땅이었다고 어른들로부터 들었다. 할아버지 댁이 옆에 착한낙지 자리에 있었고. 아버지 형제 두 분이 이 집 윗방과 아랫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택에는 대들보에 적힌 상량문 외에 가로 150㎝, 세로 40㎝ 비단에 쓰인 상량문이 있다. 이 상량문을 일부 해석한 최영태 노원서예협회회장은 신유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했다. 신유년은 1981년, 1921년, 1861년에 해당하는데 집주인인 박영천씨가 60년대 고택 안방에서 출생한 것으로 보아 19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최소 100년 이상된 고택인 것이다. 집의 유래를 밝혀줄 단서인 상량문은 행초서로 돼있어 해석에 시간과 공력이 들어 아직 집의 연원을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노원구청 신천호 부동산행정팀장은 “노원구는 6.25사변 때 지적공부가 소실된 지역으로 1958년 이전 것은 확인할 수가 없다. 토지대장에는 해당 지번 토지 소유자가 1958년에는 서홍석, 1967년 이후 박순남으로 돼있다.”고 말했다.
서홍석은 검색결과 동일인인지 알 수는 없으나 대구 서씨인 서재필의 증조부뻘인 조선 후기 문신 서상정의 손자 서정직의 양자로 입양된 것으로 나온다.
집을 둘러본 김승국 노원문화재단이사장은 “보전이 아주 잘 됐다. 정원도 우리나라 정원형태이고, 돌담과 문살이 아름답다. 전통한옥의 기둥은 주춧돌의 높이에 따라 기둥 길이가 다른데 이 집도 그렇다. 노원구에서 잘 보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경룡 전 노원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은 “특히 우물마루가 보전이 잘 됐다. 지붕은 개량기와이고, 처마 끝이 들리도록 보통 부연(2중 처마)을 하는데 1단으로만 돼있다. 마루문도 변형된 형태이긴 하다. 조선 시대 양반가옥이 맞다. 노원구문화재로 지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원구 문화재자문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는 2006년, 노원구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는 2013년 제정되었으나 이후 위원회가 한번도 열리지 않자 2019년 두 조례를 개정해 위원회를 비상설로 변경했다.
김준성 구의원은 “검토 결과 노원구에는 향토문화재가 하나도 없다. 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관심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안태유 노원구청 문화체육과장은 “문화재자문위원회는 구성돼 있었으나 대상이 없어서 개최된 적이 없었다. 아직 의뢰가 없었다. 현장 위치는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문화재 위원을 지낸 박경룡 소장은‘우우당’을 지키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벽운동 계곡에 있던‘우우당’은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인 영의정 홍봉한의 별장이 있었으나 2015년 헐리고 말았다. 노원구가 2007년 서울시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지만 보수를 했다는 이유로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았다. 이후 소유주인 덕성학원에서 건물을 철거하고 생활관을 지었다. 향토문화재로 지정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큰 고택이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fornow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