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시작하다 -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성서대 김성호 교수, 가습기살균제 반려동물 피해기록
사람과 동물과 환경은 하나
2007년 10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임상 수의사로부터 반려동물 사이에 치사율이 매우 높은 원인 미상의 폐질환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보고와 함께 원인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2008년 3월에는 대한소아학회 연구진이 질병관리본부에 원인 미상의 소아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바이러스 검사 요청을 받는다.
2011년 1월에는 서을의 대학동물병원에 원인 미상의 폐질환 반려동물 여러 마리가 내원하였다. 수의사는 보호자들의 환경을 탐문했고, 문제의 가습기살균제를 알아냈다. 성분조사와 흡입독성시험을 추진했으나 동물의 질병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천만원의 연구비를 들일 기관이 없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2011년 4월, 전국에서 7명의 임산부가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서울아산병원에 한꺼번에 입원하면서 역학조사와 흡입독성시험을 실시했다. 마침내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11월 11일 제품수거명령이 내려졌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약 1000만개의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었고, 특히 임산부, 영유아, 노인,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 많이 사용해 신고된 피해자는 6730명에 달하고, 사망피해자도 1386명이다. 건강 악화로 인한 실직, 경제적 어려움, 이혼 등 2차 피해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이다.
2010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17.4%가 반려동물 524만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박종두 마들복지관 부장은 이중 16.6%가 가습기에 노출되었고, 그중 1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였다. 약 9만 마리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이를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 그리고 함께 살던 반려동물이 독성화학물질에 함께 노출돼 건강 피해를 당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다큐영화 ‘개와 고양이의 시간’을 제작한 동물복지학자 김성호 교수(한국성서대학교)와 연구진은 피해를 본 반려인을 심층 인터뷰를 하여 피해기록을 제작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만 안 썼어도 로키는 지금 내 옆에 있을 텐데, 나 때문에 죽은 것 같아요.”
가습기살균제로 몸 상태가 나빠진 반려동물을 병원에 데려갔더니 원인을 찾지 못하고 가습기를 쐬어 주라는 수의사의 요구에 가습기를 더 틀어준 경우도 있었다.
죄책감과 가해의식이 더해지며 이들은 상실감, 슬픔, 우울감, 절망감 등을 느끼는 현상인 반려동물 상실증후군(펫로스)을 지금도 심하게 겪고 있다. ‘아직 사람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데’ 동물 피해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되는 것에 상처가 더 깊어진다.
1950년대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도 고양이들이 불규칙적 움직임을 보이며 죽어갔는데, 1년 후 주민들에게도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사건이 있었다. 비료회사가 수은 성분을 폐수에 섞어 흘려보낸 게 원인으로, 이는 최악의 공해병 ‘미나마타병’으로 기록됐다.
카나리아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징후는 인간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위기에 대한 징조로 여겨진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례가 사람의 의료기록과 함께 검토되고, 정부의 역학조사가 빨리 진행됐다면 그 이후의 피해는 막았을지도 모른다.
김성호 교수는 “사람과 동물, 환경은 동시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원 헬스(One Health)개념은 최근의 코로나19를 비롯해 바이러스 질병뿐 아니라 환경오염, 화학약품, 식품 등 보건분야 전반에 매우 유효한 전력”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다양한 피해사례와 함께 법 제도 개선 등 ‘모두 공평하게 공존’하는 바람을 담았다.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대표와 책임자 13명 모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무죄 판결을 내렸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