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숯불구이 전문점 논골집
부담 없는 수입 갈비살, 안창살
임신 때 먹던 고기, 장성한 아들과 함께
노원구는 없는 것 없이 다 있지만, 내세울 것은 또 없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래된 맛집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가 많아 장사가 될 만한 곳이지만 도시계획을 세우면서 상업지역을 매우 부족하게 설정해 임대료 부담이 크다. 더구나 장사가 좀 될라치면 임대료가 먼저 오르니 결국 내 건물이 아니면 20년, 30년 전통을 이어가기 어렵다.
노원의 중심상권인 노원문화의거리에서는 제일 오래된 음식점이 참나무숯불구이 전문점 논골집(대표 이귀한, ☎02-930-0080)이다. 2002년 개업해 그 자리에서 그 재료, 그대로 맛을 지키고 있다.
IMF를 맞아 상업은행에서‘눈물의 퇴직’을 한 그는 19년째 업력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성공한‘의지의 한국인’사례이다.
“야구선수로 상업은행에 입사했다가 운동을 은퇴하고 행원생활을 했다. 모아둔 돈도 없어 은행에서 대출받아 91년 노원에 신혼집을 차렸다. 그리고 IMF를 맞았다. 두려움도 있었지만 퇴직금도 얹어준다니까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논골집 체인점을 시작했다. 원래 단독주택인 집을 리모델링해서 가게를 열었다.
이귀한 대표가 꼽는 20년 장수의 비결은‘같은 재료’다. “논골집은 부담 없이 대중적인 수입산 소고깃집이다. 갈빗살, 안창살을 중심으로 등심, 차돌박이가 주메뉴이다. 항상 같은 재료를 특별한 소스로 숙성한다. 고급 한우도 아닌데 참나무숯을 쓰는 집도 없다.”
소고기는 강한 불에 빠르게 익혀내야 제일 맛있다. 겉만 익는 것이 아니라 방사열에 골고루 익어 육즙이 풍부해야 한다. 그래서 숯불에 바로 구워 먹는 갈비살이 발길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의 손맛. 논골집에는 10년 이상 같이 일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다. “20년 가까이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은 사람의 손맛이다. 직원들을 잘 만나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20~30% 줄었지만 직원들은 모두 함께 간다. 그래서 20년 된 단골도 많다. 개업하던 시기에 임신을 해서 고기 먹으러 왔던 엄마가 이제는 다 큰 아들과 같아 와서 고기를 먹고 간다.”
예전에는 갈빗살이 싼 고기였는데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올랐다.‘그래도 갈빗살은 논골집’이라고들 한다. 광고 없이 20년을 이어올 수 있는 입소문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장사가 되어서 직장생활보다는 수입이 나았다. 그러다 1~2년 전부터 경기를 타는 것이 느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무척 힘든데 재난지원금 덕분에 조금 살아나는 분위기이다.”
코로나19는 노원구의 중심상권인 문화의거리도 조용하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이 편하게 몰리는 곳, 부담 없이 한잔할 수 있는 선술집은 그나마 조금 낫지만 재난문자가 울리는 날에는 금세 싸늘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상인회가 활성화되어 의견도 내고, 구청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위생과 방역대책도 마련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 매년 이곳에서 노원탈축제가 열리는데 상인들이 나서서 상권활성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귀한 대표는 선수를 은퇴한 뒤 꾸준히 테니스로 체력을 관리하다가 지난해부터 노원구테니스협회장을 맡았다. 얼마 전에는 지역의 동그라미야구단을 후원하기도 했다.
“노원은 주변에 산이 있고, 공기도 좋아 30년을 살고 있다. 30년 동안 문화공간도 많아졌다. 많이 발전하고 있다. 이웃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기를 바란다. 논골집은 언제 찾아와도 똑같은 맛으로 편안하게 모시겠다.”
노원신문 백광현 기자 100-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