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평초 옥상에 무논과 이끼숲 조성
모래꽃이끼 1평이면 소나무60그루 탄소 흡수 효과
이은수 도시농부 ‘옥상 이끼가 탄소중립'
“30×60cm 넓이의 모래꽃이끼가 30년생 소나무 3그루 분량의 탄소를 흡수한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펴고 있는 요즈음, 새롭게 주목받는 식물이 이끼다.
『한국콘크리트학회지 제26권 3호(2014.5.3)』에 실린 연구 발표에 따르면 이끼는 혹한 적응력이 높아 4계절 녹화가 가능하고, 토양이 없어도 생육하여 부착 가능한 곳 어디에서나 식생이 가능하다. 탄소를 체내에 고정해 탄소 배출량이 다른 수종에 비해 현격히 낮으며, 낮은 광도와 온도에서도 광합성이 가능해 일반 관다발식물보다 광합성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이끼로 벽면녹화를 하면 관리가 쉽고 단열성능이 향상되고 도시열섬현상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 측면에서 이끼를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중평초등학교(교장 서경수) 별관 옥상에 학부모 화단가꾸기 봉사단체인 ‘뜨락애(愛)’ 회원들과 이끼 씨앗을 뿌렸다. 2시간에 2분 간격으로 안개가 자동 관수되는 시설도 설치했다.
이은수 대표는 “옥상에는 물은 없고 햇볕만 있다. 이 문제를 관수와 그늘막 기술로 해결했다. 모판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각파이프를 용접해 만든 6×3.7m짜리 프레임을 배치한 뒤 그 위에 모판을 놓았다. 옥상 바닥과 프레임이 닿지 않도록 방부목을 사이에 두었다. 모판 위에는 배양토나 부직포를 깔았다. 이끼 뿌리는 영양소를 흡수하지 않고 고정 기능만 하기에 흙이 없어도 된다. 그 위에 마른 이끼포자를 뿌렸다. 포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방충망을 씌우고, 차양막 95%, 75%, 55%짜리를 각각 씌웠다. 빛의 영향에 따라 어떻게 자라는지 보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다. 다 자라면 55%짜리 차양막을 씌울 예정”이라며 “2주일이 지나 열어보니 초록색 이끼 싹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끼가 환경에 적응해 활착하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5월 22~24일에는 방미숙 논살림사회적협동조합 자문위원과 ‘뜨락애(愛)’ 회원들이 옥상 화단의 토양 대체재인 펄라이트를 퍼내고 배양토와 물을 채워 벼를 심어 논습지를 만들었다. 이 또한 탄소흡수원을 늘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이 두 사업은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가 2023년 서울시 녹색실천 공모사업에 응모해서 선정된 사업이다.
이은수 대표는 “이끼숲은 옥상녹화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운동이다. 탄소중립의 방법을 자연에 물어보자 생각했다. 도시를 불암산의 바위처럼 풀과 나무와 이끼가 사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 우리나라 옥상 대부분이 비어있는데 사라져 가는 아마존 밀림을 도시에서 살리면 된다. 옥상을 재자연화하는 일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끼 재배는 다른 경관 작물에 비해 비용도 덜 들어간다. 노원에코센터와 천수텃밭에도 이끼숲을 설치할 예정이고, 벽면 설치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서경수 중평초 교장선생님은 “기후 위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황사가 심해 흡연 예방 캠페인 시간을 단축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자연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연중 학교 화단과 텃밭을 가꾸어온 ‘뜨락애(愛)’ 회원들이 생태 전환교육을 받고 있다. 시범운영이긴 하지만 이번에 의미 있는 시작으로 우리 학교에서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와 이끼심기와 모내기행사를 했다.”고 말했다.
노원신문 김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