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대구, 경산 팔공산 자락
부처님 오신 날의 상서로운 동화사와 갓바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대구의 동화사, 경산의 갓바위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모두 팔공산(八公山, 1192m) 자락에 있다. 팔공산은 예로부터 불교문화의 중심지여서 수많은 사찰이 산재해있다. 대표적인 사찰로는 동화사, 은해사, 선본사, 송림사, 파계사, 부인사, 북지장사, 환성사, 거조사, 관암사, 관음사, 군위 석굴암 등이 있다.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鎭山)으로 봉황의 모습이다. 도립공원인데 2023년 5월 23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이 결정되었다. 우연히 5월 23일 여정을 계획하였는데 의미가 있었다.
먼저 팔공산 주변을 보고 싶어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방문객이 적어 한산하여 좋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기슭에는 푸른 숲이 우거져 가슴을 시원하게 하였다. 대구 시내가 멀리 아스라이 보였다.
케이블카 정상역(신림봉, 820m)에 도착하니 시원함과 함께 웅장한 산세와 최고봉(비로봉)이 바로 코앞에 펼쳐졌다. 최고봉에는 수많은 안테나 시설이 있어 의아했다. 꼭 최고봉에 설치를 해야 하나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식당 겸 카페와 여러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소원바위에는 소원성취를 간절히 바라며 붙인 동전이 수두룩하게 붙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옆 푯말에는 ‘지극하면 이루어진다.’라는 글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냉골 산림욕장이 나타났다. 안내판에는 ‘인체에 가장 좋은 고도 해발 700m에 위치하고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곳은 기온이 대구 시내보다 무려 10도가량 낮아 아주 시원하다.’라고 씌여있다.
약 30분간 급경사를 오르니 낙타봉(971m)이 나타났다. 특이한 몇 개의 바위가 우뚝 솟아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망은 탁 트여서 멋진 풍경이 펼쳐져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자리를 펴고 산 아래를 굽어보며 음식을 먹는데 꿀맛이었다.
다음 행선지인 동화사(桐華寺)로 이동하였다. 대구와 경북지역을 대표하는 큰 사찰이다. 겨울에도 오동나무꽃이 상서롭게 만발하게 피어서 동화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산속에 위치하여 공기가 맑고 신선해 머리가 맑아졌다. 경내에 들어서니 수많은 건물이 있고 보물 등 문화재가 많았다. 사찰의 중심건물인 대웅전은 보물로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동화사의 랜드마크인 33m 높이의 통일약사대불은 세계 최대 석조 불상으로 압권이다. 통일을 이루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자는 뜻으로 모셖다 한다. 경내의 울창한 숲과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동화사를 뒤로하고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갓바위를 찾아 나섰다. 갓바위는 팔공산 능선의 봉우리인 관봉(冠峰, 853m)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불상으로 평평한 돌을 갓처럼 쓰고 있다. 아름다운 일출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으며,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한 불상으로도 유명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갓바위 머리 위 판석이 꼭 학사모처럼 보인다고 해서 고3 학부모가 대입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다.
동화사에서 버스를 타고 약 40분간을 달려 갓바위를 가장 빨리 올라갈 수 있는 경산 방향의 들머리로 갔다. 주차장 근처 관음휴게소에서 공양미를 사니 주인이 미니버스로 팔공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입구에서 갓바위까지 800m이지만 대부분 급경사 계단이라 오르는데 쉽지는 않았다. 계단을 하나하나 밟다 보니 어느덧 관봉의 갓바위가 신비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관봉 정상에 바위들이 솟아있는데, 그중 하나를 깎아서 부처를 조각했다. 갓은 본래 8각형으로 추정되나 오랜 세월에 걸쳐 훼손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갓바위 전체가 기울어져 보였다.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똑바로 서 있는 것이라고 하여 의아했다. 많은 사람이 간절한 소망을 담고 절을 하고 있었다. 나도 공양미를 바치고 절을 하며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김재창 노원신문 편집위원 ☎010-2070-8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