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거창 우두산, Y자형 출렁다리
아찔한 계곡, 공중에 떠있는 짜릿한 경험
최근 인기 있는 거창 우두산의 Y자형 출렁다리를 다녀왔다. 경남 거창군(居昌郡)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3대 국립 공원의 가운데 자리 잡아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우두산 자락에 위치한 거창 항노화(抗老化) 힐링랜드는 산림환경을 활용해 힐링과 치유를 주제로 2021년 조성되었다. 특히 국내 최초로 교각 없는 Y자형 출렁다리와 무장애 데크로드가 설치되어 있다. 자생식물원, 산림휴양관과 숙박 시설도 갖추고 있다. 주변에는 기이한 암봉들로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의상봉, 비계산 등 명산이 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우두산과 Y자형 출렁다리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하였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출렁다리가 2백개가 넘는데 대부분 개통 초기 반짝 효과를 내다 외면받기 일쑤이다.
Y자형 출렁다리 관광과 우두산 산행을 목적으로 이른 아침 거창으로 출발하였다. 한참을 달려 거창에 들어서 우두산 들머리로 향하는데 출입을 통제하였다. 방문객이 많고 주차장이 협소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라고 하였다. 이 정도로 인기 있는 지역일 줄은 몰랐다.
우두산(牛頭山, 1046m)은 9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주봉(主峰)은 상봉이다. 산의 형세가 소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산이라고 한다. 9개 봉우리 가운데 의상봉(義湘峰)은 제2봉이지만 주봉인 상봉보다 인기가 많아 산 이름이 이 봉우리의 이름으로 알려진 경우도 많다. 코스는 항노화힐링랜드 주차장~견암폭포~고견사~의상봉~정상~마장재~Y자형출렁다리~원점에 이르는 약 6.7km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우두산 들머리에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300m 오르자 절벽에서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견암폭포가 보였다. 물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장마철에는 제법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km를 더 오르니 고견사 전통사찰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가장 널리 알려진 ‘용문사 은행나무’를 연상케하는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나무줄기가 굵고 수령이 1000년이 넘는다고 하니 위압감이 들었다. 경내에 들어서니 아담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보물로 지정된 ‘고견사 동종(古見寺 銅鍾)’이 사찰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정상을 향하여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날씨가 덥고 가파른 등산로라 평소보다 무척 힘이 들었다. 의상봉을 오르면서 조망이 터져 가슴을 시원하게 하였다. 이 순간에는 산을 타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드디어 풍광이 가장 멋있는 의상봉(1038m)에 도착하였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참선한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산 아래에는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다.
최고봉인 상봉은 이곳에서 450m를 더 가야 한다. 의상봉을 내려와 정상을 향하여 계속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 전 올랐던 의상봉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두산 상봉에 도착하니 정상석이 눈에 띄었고 조망은 없었다.
곧바로 2km 지점에 있는 마장재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가는 도중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이 계속 펼쳐져 발길을 붙잡았다. 마장재는 철쭉 군락지인데 꽃이 다 졌는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약 30분을 내려가니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Y자형 출렁다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말로만 듣던 Y자형을 실제로 보니 이해가 금방 되었다. 확실히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깎아지른 협곡을 세 방향으로 연결한 국내 유일의 산악 보도교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인간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니 정말 장관이었다. 환상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찔한 계곡 위 출렁다리를 걸어가는데 공중에 떠있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맛보았다. 일자형 출렁다리가 아닌 Y자형 출렁다리를 누가 처음 제안했을까 궁금하였다.
김재창 노원신문 편집위원 ☎010-2070-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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