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예산 가야산
저 멀리 서해 바다와 드넓은 예당평야를
예산은 충남도청 소재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예당저수지가 있고, 비옥한 예당평야가 형성되어 있다. 특산물로 사과가 유명하다. 내포(內浦)는 충남 서북부 가야산 주변을 통칭하는 지역이다.
가야산(伽倻山)은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시 해미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규모는 작지만 주변에 많은 문화유적을 간직한 명산이다. 높이는 678m이고, 주봉인 가야봉을 중심으로 원효봉(元曉峰, 605m), 석문봉(石門峰, 653m), 옥양봉(玉洋峰, 593m) 등의 봉우리가 있다. 덕숭산(德崇山, 495m)과 함께 1973년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신라시대에 산 아래 가야사가 세워지면서 가야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가야'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도한 곳, 인도 보드가야라는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가야산하면 보통 해인사가 있는 합천 가야산을 생각하게 된다. 합천 가야산 때문에 예산 가야산이 덜 알려진 것 같다. 두 산 모두 블랙야크 100대 명산에 해당된다.
등산 코스는 주차장-옥양봉-석문봉-가야봉-남연군묘-주차장, 총거리 약 9km, 소요시간 5시간 30분이다. 그동안 정복하지 못한 가야산을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행담도 휴게소를 잠시 들렀다. 행담도(行淡島)는 당진시에 속한 섬으로 아산만에 위치한다.
가야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100대 명산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한적하였다. 첫 목적지인 옥양봉을 향하여 여유롭게 걸어갔다. 한 어르신이 쑥을 캐고 있어 봄이 왔음을 실감하였다. 언덕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 아름다운 풍경을 더해주었다. 등산로가 잘 돼 있어 걷는데 부담이 없었다.
산속으로 들어가자 돌덩어리들이 많아지고 경사가 급해졌다. 따뜻해진 봄을 만끽하며 천천히 올랐다. 아직 야생화는 눈에 띄질 않아 아쉬웠다. 어느 정도 오르니 이름이 특이한 ‘쉬흔길 바위’가 나타나면서 조망이 확 터졌다. 발아래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평화롭고 아늑하게 보였다.
드디어 가장 힘든 구간을 지나 옥양봉에 올라서니 사방이 트여 전망이 매우 뛰어났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그런지 이른 봄이지만 칼바람이 불었다. 산꼭대기까지 들고양이가 나타나 먹을 것을 달라며 사람들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앞으로의 산행은 정상까지 능선길이라 힘든 것은 지나갔다.
능선에서의 조망은 서쪽으로는 서산과 태안, 천수만과 서해가 보이고, 내륙 쪽으로는 예당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가슴이 시원하였다.
다음 봉우리는 석문봉으로 1.3km 거리에 있다. 완만한 등산로를 걸으며 산행을 즐기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였다. 중간에 휴식하며 회원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두 번째 봉우리인 석문봉에 당도하였다. 이곳에서의 전망은 다른 곳보다 더 뛰어난 것 같았다. 회원들은 드넓은 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상 가야봉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1.5km를 가야 하는 거리이다. 가야봉에는 중계탑이 서너 개가 우뚝 서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능선을 거닐면서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들어 힘이 덜 들었다. 다양하고 인상적인 바위가 나타나 산행 재미를 더해주었다. 사자를 닮은 신기한 바위가 있고, 소원바위에는 얼마나 많은 소원을 빌었는지 작은 돌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목을 쭉 내밀고 있는 바위는 거북바위이고, 복을 불러오는 두꺼비를 닮은 바위도 있었다.
드디어 정상에 당도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인증사진을 찍고 곧바로 하산을 하였다.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급해 쉽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 터라는 남연군묘를 찾아 나섰다. 대원군 이하응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올 자리라는 말을 듣고 원래 경기도 연천에 있던 남연군묘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이 사실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김재창 노원신문 편집위원 ☎010-2070-8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