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3-03-24 15:50

  • 오피니언 > 사설

3월 개학기에 드리운 학교폭력 - 노원신문 991호 사설

사법이 공정해야 반성하고 용서한다

기사입력 2023-03-06 16:00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노원신문 991호 사설

3월 개학기에 드리운 학교폭력

사법이 공정해야 반성하고 용서한다

3월의 바람은 확실히 부드럽다.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도 노란 꽃을 잎보다 먼저 피워 햇살을 만끽한다. 잘 수정되어 씨를 맺어야 새봄의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지난주에는 각 학교가 3년 만의 대면 입학식을 열었다. 새로 출발하는 이들의 앞길에 축하와 격려가 가득했다, 다음 시대를 위하여 더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길 응원한다.

개학 이후 학교 현장은 긴장하고 있다. 일상회복 이후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대면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맺기가 원활하지 않았고, 갈등조절 경험도 줄어 사회적·정서적 역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그런 청소년들이 다시 학교에 모여 있다.

요즘 송혜교가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많이 회자된다. 고교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처절한 복수를 펼친다는 이야기다.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나 삐뚤어진 부모의 사랑으로 학교폭력을 일삼았던 연진에게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이라는 무서운 저주가 내려진다. 시청자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통쾌한 복수와 응징에 동행한다.

현실에서도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의 학교폭력 파문이 불거지면서 결국 임명 하루 만에 낙마했다. 그 아들은 동급생에게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전학 조치를 내렸지만 검사 출신 아빠는 아들의 학교폭력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재심 청구, 행정소송까지 펼치며 시간을 끌어 마침내 아들을 서울대에 진학하게 했다. 그동안 피해 학생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고,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인사의 학창시절 학폭에 대한 폭로를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인기 걸그룹 멤버도, 유명 스포츠 스타도, 정치권에서도 아무리 큰 성과를 쌓아도 학교폭력의 이력만큼은 용서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저지른 잘못으로 인생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회적 매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짓밟는 것을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해자일지라도 영원히 사회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적당한 처벌인가는 따져볼 일이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려면 범죄와 형벌이 반드시 법률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원리에도 불구하고,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위배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지만 만명에게만 평등하다.’고 일갈한 노회찬의 말대로 우리는 사법부의 처벌이 제대로 되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니 개과천선, 그래서 대중 앞에 나서는 순간 그의 전과를 폭로하고 끄집어 내린다.

반성하고, 용서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와 판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991 (100-b@hanmail.net)

댓글0

스팸방지코드
0/500